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by Alternative_ 2021. 8. 9.
728x90

이 책의 전면에는 한 가지 질문이 쓰여 있다.

"도시는 혁신의 엔진인가, 불평등의 산실인가?"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가 책에서 말하는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둘 다'이다.

 

책에서는 주로 미국의 대형 도시(책에서는 '스타 도시'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들과 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분석한다. 수많은 연구와 지표를 통해,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해 지금의 모양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러한 일들과 변화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전에 읽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와는 유사한 점도, 다른 점도 꽤 많아, 좋은 비교를 하면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선, 도시 특유의 집약성에 따른 효율성, 도시의 성장에서 인재의 중요성, 교외 지역으로 엘리트층이 이동함에 따라 불거지는 문제 등등에 대해서는 두 저자가 뜻을 같이했다.

 

도시는, 특유의 핵심성과 집약성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좁은 지역에서 다 같이 일어날 수 있게 하였고, 이에 따라 효율성이 높아져 다양한 종류의 산업(주로 3차 산업 이상)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도시의 초기 성장에는 '창조 계급(문화, 예술 등 창조적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부류)'이 지대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도시의 문화적/사회적 힘을 만들고 도시를 더욱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도시 초창기의 생활환경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도시가 급속하게 성장해 큰 도시가 될수록, 도시는 창조 계급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도시가 된다. 주거 비용은 늘어나고, 생활환경은 악화되어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다. 원래 살고 있던 창조계급과 원주민들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빈민촌에 모여 살게 되어 도시의 문제를 더욱 가속화시키거나, 도시 자체를 떠나게 된다. 엘리트층들은 주거 환경을 도시에서 교외 지역으로 옮기게 되고, 이는 환경 문제와 도시의 비효율화를 발생시킨다.

 

리처드는 특히 에드워드와 달리 도시가 성장하면서 나타내는 도시의 문제점들을 정밀하게 짚어 나타내었다. 미국의 스타 도시들인 샌프란시스코, 뉴욕, LA, 휴스턴 등과 러스트벨트, 썬벨트의 다양한 도시들을 다양한 방면에서 분석하며 그 도시들이 가진 불평등과 차별, 문제점들을 확연하게 드러내었다. 예를 들어 소득의 불평등, 종합 불평등, 빈부격차, 서열화(같은 계급의 사람들끼리 뭉쳐 살게 되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높은 계급의 외부인들이 도시로 대량 이주에 원래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과 다른 문화/경제/사회적 집단을 형성하는 것), 교외 지역의 팽창과 몰락 등등 도시 발전에 따른 부정적 면모는 그 도시가 더 큰 규모의 성장한 도시일수록 심하게 나타나는 일관적인 경향을 보였다. 그는 도시의 장점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면서도 이러한 도시의 문제들이 적절한 개입 없이 도시가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현상임을 확실하게 말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이러한 도시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도시가 그 장점에 따라 발전할 수 있게 몇 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일자리 클러스터의 생성, 도시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 임대주택 공급, 저임금 직업의 중산층 직업으로의 전환, 빈곤에 맞서 사람과 지역에 투자, 지역사회에 더 강한 권한 부여 등등을 제시하면서, 그는 도시화로 인한 문제의 해결은 오직 도시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책을 보면서, 도시가 어떻게, 왜 성장의 핵심이 되었는지, 주요 도시의 성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미국의 역사에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런 일들과 현재 도시의 모습을 서울에 대입해 생각해보면서 현재 서울의 모습에 대해서도 좀 더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었다. 다만, 도시화로 인한 문제의 해법을 도시화라고 했는데, 그에 비해서 그가 제시한 해결책들이 과연 '도시화'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도시화로 인한 문제점은 도시 그 자체의 속성에 의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도시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화로 인한 문제를 없애기보다는, 도시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대응을 적절히 투입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최종적으로는, 큰 도시 주변에 주거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소규모의 위성 도시를 만들고, 그 위성 도시에 적절한 수의 주택 공급을 통해 전체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