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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박찬국 교수님의 마르틴 하이데거 해설서

by Alternative_ 202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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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박찬국 교수님의 니체 해설서 '사는 게 힘드냐고 - 니체가 물었다'를 잘 읽었다. 나 자신의 알에서 꿈틀거리는 나에게 니체의 말 하나하나를 와닿게 해 주었던 고마운 책이다. 비록 해설서를 보는 것이 원서를 읽는 것에 비해 부끄럽고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 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소설감을 다시 찾기 위해 다시 니체 해설서를 빌려오면서, 박찬국 교수님에 대해 좀 더 찾아보게 되었고, 우연히 하이데거 철학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설서를 쓰신 것을 발견했다. (참고로 교수님은 이렇게 일반인을 위한 쉬운 해설서부터 제대로 학문적으로 들어가는 철학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철학서적을 쓰신다. 대단하다.) 하이데거라는 이름. 멀고도 먼 이름에 이끌려 하이데거의 책을 빌려왔다.

하이데거의 의미를 받아들이며 느낀 것은 역시 당혹감이었다. 하이데거, 이름만 들어도 딱딱하고 곧을 것 같았는데. 그의 철학은 그 반대였다. 하이데거는 삶의 모든 부분을 이성으로 해석하고 수단으로 해석하려는 세태를 비판하며, 각 사물을 이유 없이 보며 어떠한 맥락도 없이 그 자체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그 존재에 대한 경외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탐욕과 욕망에 의해 세상을 이성적으로 파괴하며 허무한 삶은 지내는 것을 멈추기 위해 모두가 존재들을 통해 사역을 받아들이며 그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기를 바랬다. 교수님은 하이데거의 철학은 서양철학과 다르고 동양철학에 가깝다고 표현했는데, 어떻게 말하던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음엔 변함이 없다. 특히나 신을 죽이고 인간이 인간 자신의 동력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니체의 철학 이후에 접한 철학이라, 신적 존재를 말하는(기독교는 아니지만) 하이데거의 부드럽게 뻗치는 철학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최근에 내가 하이데거에 대해 전혀 모를 때 한 생각들이 하이데거의 추론과 소름끼칠 정도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 놀라웠다. 나도 이 사회의 부품으로서, 세상 사람(das Man)으로서 살아 가는 것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는 느낌이었다. 그런 내가 아무런 목적 없이 여행을 떠났고, 치열한 사유 끝에 '처음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할 수 있었다'. 다른 인간과 그들의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의 양식을 버리고, 경이라는 기분 속에서 세계와 사물의 신비를 받아들이는 단계로 가고 있었다.

나는 경이로운 마음으로 사물들의 신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나한테 그러려고 하는 것처럼,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조건 없는 사랑을 바라는 나의 꿈이 바로 이 단계에서의 나를 원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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