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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도시의 승리

by Alternative_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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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분당, 판교와 부산을 오가며 도시라는 존재에 대해 예전부터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소설이자 자전소설도 '도시'라는 커다란 존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도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최근 관심을 많이 두게 된 부동산쪽을 공부하면서도 도시에 대한 궁금증은 켜져만 갔다. '도시의 승리'는 내가 도시라는 거대한 존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읽은 첫 번째 책이다(뒤에 이와 반대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인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를 읽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도시라는 존재에 대해 굉장히 긍정한다. 그리고 도시의 성장에 최대한 제약을 풀고, 자유롭게 놔두어야 함을 역설한다. 편향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가 주장하는 도시의 위대함 중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것도, 편견을 부수는 것도, 다시 보게 되는 것도 있다. 특히 그가 강조해 마지않는, '도시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과 '도시의 가난함이 시골보다 낫다'는 주장의 근거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면이 많다.

 

도시 내부에 모여 살면 잘 갖추어진 인프라스트럭쳐 덕분에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할 수 있고, 건물의 냉/난방과 수질 정화, 전기 공급 등의 면에서 시골에서 거주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여서 같은 생활을 영위한다는 가정 하에 더욱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도시 인프라의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과 환경 영향, 도시만의 문제점을 고려해본다면 그렇게 단정짓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하지만, '교외 생활'이 자가용 이용의 증대로 도심 내부의 생활보다 탄소 발자취가 많아진다는 의견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규모의 경제와 유사한 원리일 것이라 본다.

 

도시의 가난함이 시골보다 낫다는 주장은 그게 제시하는 수치로서 증명된다. 분명 도시에서 빈민촌의 삶의 질이 열악하기는 하지만, 같은 나라의 시골에 사는 것보다는 훨씬 높은 삶의 질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도시의 빈민촌을 놔두고, 그걸 억지로 없애거나 사라지게 만드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 빈민촌 자체가 아닌 사람에 대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신선했다. 철학이나 인문학의 관점에선 논란이 다소 있는 부분이라고 보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빈민촌을 '나쁘다'거나 '도시의 패배'와 같은 '도덕적' 관점에서 유리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한 번쯤은 필요하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세상은 절대 도덕적이지 않으니 말이다.

 

도시의 몰락과 부흥, 그리고 그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주택의 공급'과 '교육', 그리고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변인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설득력 있었다. 특히 디트로이트와 파리, 뉴욕, 보스턴, 도쿄의 예시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주택의 공급 자체는 왜 도시의 부흥을 일으키지 못하는지, 교육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살기 좋은 환경이 불러모으는 '인재'가 어떻게 도시를 강하게 만드는지에 관해서 역설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보고 있던 'Human Factor'가 사실 도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철저히 깨닫게 해주었다. 동시에 그런 식으로 인재들이 모이고,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 겨루며 성장해가는 터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 점은 앞으로 나의 삶의 장소 선정과 교육에 대해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그의 시선이 긍정적인 면에만 치우치지 않고 위생이나 감염병, 범죄율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아무래도 저자의 도시 찬양(?)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계속 염두에 두면서 Skeptic하게 읽었는데, 도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다만 분량이나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추상적이고 약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도시라는 건 '인간이 한데 모여서 사는 곳'이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모여 삶으로서 개개인의 합 이상의 창발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는 점을 통감할 수 있었다.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 도시의 흥망성쇄를 결정하는 것, 도시의 힘을 나타내는 것은 거의 전부 그 곳에 거주하거나 그 도시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기에 도시는 굉장히 인간답다고도 할 수 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하지만 그 힘을 보았을 때, 도시에 살지 않는 것은 꽤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다음 책인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도 빠른 시일 내에 읽을 예정이다. 도시라는 존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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