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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시

무의(無意)

by Alternative_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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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해왕성의 고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붙잡혀버린. 그러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희미한 빛을 우리는 눈여겨보지 못한다.

 

해왕성의 공전에 대해 생각해본다.

밀쳐지고, 당겨지고, 일부와는 삶을 어울리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오묘한 원리를 우리는 감사하지 못한다.

 

해왕성의 위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항상 가까운, 항상 먼, 엇갈리는 궤도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수많은 길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해왕성의 빛깔에 대해 생각해본다.

형태 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바다와 하늘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쓸쓸함을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만일, 하얀 우주복을 입은 나를 해왕성의 대기에서 놓는다고 하자.

그 황량한 우주에서 나를 놓는다면

붉은 희미한 고리를 바라보며

푸른 고요한 평원으로

한없이, 또 한없이

메테인의 연기가 온몸을 감싸며

현실의 실들을 얼리고 마침내는 끊어 내어

바닷가에 나의 남은 것을 안식해줄 것이다.

 

푸른 별이 렌즈에 담긴 어느 날 밤

해왕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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