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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옵스: 더 라인의 내용과 메세지

by Alternative_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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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옵스: 라인' 모래 폭풍으로 인해 두바이에 고립된 육군 33대대의 상황을 확인하고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 주인공 워커 대위를 포함한 3명의 델타 포스 대대가 두바이에 파견되며 시작됩니다. 그들은 미군 생존자를 찾기 위해 두바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시민군으로 변한 두바이 민간인들과 (어떤 이유에선지) 33대대와 대치하게 됩니다. 영문 모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 주인공 일행은 고립된 33대대가 내분하며 스스로와 민간인들을 상대로 다수의 전쟁 범죄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를 CIA 덮으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민간인을 구출하고 33대대를 멈추기 위해 모든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33대대의 콘래드 대령을 찾으려 끊임없이 나아갑니다. 과정에서 주인공 일행은 민간인을 돕는다는 명분 하에 33대대 미군과 맞서며 계속해 살상을 저지르게 됩니다. 결국 33대대를 대부분 섬멸하고 항복하게 만든 워커는 콘래드 대령의 집무실에 도달하지만, 콘래드 대령은 이미 사망한 오래였습니다. 두바이의 콘래드라는 인물은 주인공 워커 대위가 모두를 구하겠다는 자신의 영웅심과 살상에 대한 죄책감,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만들어낸, 공격하기 편한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워커는 사실을 직면하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부정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스펙 옵스: 라인은 이러한 이야기와 다소 충격적이고 비유적인 연출, 로딩 메세지, 게임 장치를 이용해 게임에서의 살상과 영웅심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특히 살상무기를 이용해 적을 몰살시키고 평화를 찾는다는 당대 슈팅 게임들, 특히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정면으로 겨냥해 대의라는 명분 하에 일직선상인 스토리 아래에서 플레이어에 의해 자행되는 살상과 파괴 행위(그리고 나아가 그런 일들이 자행되는 현실) 비판합니다

하지만 스펙 옵스 또한 플레이어의 선택권 없이 스토리 진행을 위해 강제로 살상과 파괴를 일으키게 하고, 책임을 따져 묻는 (거부감이 있는) 연출로 인해 각본가가 원하는 대로 플레이어들을 몰아 넣는다는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름이 없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메세지 전달을 위한 방식으로서 게임의 모순

'너의 행동으로 인해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라는 논리가 담긴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이 직접 상호작용해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게임만큼 좋은 매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정된 메세지를 상호작용 가능한 매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딜레마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고전적인 예술과 같이 제작자가 원하는 정해진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흐름/방향 자체가 설정되어야 하겠고, 이를 플레이어들이 따라가게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가 됩니다물론 젤다의 오픈월드처럼 인간의 인지심리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행동 유도가 들어간다면 '제작자의 의도에 따른 플레이(젤다의 경우에는 작게는 핫스팟의 발견과 이용, 크게는 엔딩으로 가는 흐름)' 대한 거부감은 크게 희석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방향이 존재한다는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상호작용' 특장점이 있는 게임이, 장점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행해진다는 모순이 생기는 것입니다.

 

선택지의

혹자는 '스펙 옵스: 라인' 원래 주인공의 임무처럼 생존자를 확인만 하고 살상 없이 지원을 요청한다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모순성과 거부감이 덜하고 메세지도 효과적으로 전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유비소프트의 게임, 크라이 4에서는 초반에 악역으로 보이는 인물의 말을 듣고 하라는 데로 가만히 앉아 있는다면, 일정 시간이 지난 해당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대립 없이 평화롭게 상황을 해결한다는 숨겨진 엔딩이 있습니다. 크라이 4 내러티브 디렉터는 '아마 현실에서라면 이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라고 하면서 엔딩을 만들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입장을 생각하며, '스펙 옵스: 라인 상황으로 되돌아 갑시다. 33대대의 잔혹한 전쟁 범죄의 장면을 보여주고 , 플레이어들에게 원래 임무처럼 확인만 하고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33대대를 응징할 것인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플레이어는 무엇을 택할까요? 대다수의 FPS 플레이한 현실의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33대대에게정의 보여 주는 것을 택할 것입니다. 적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복수, 이것이 당대 FPS(그리고 여전히 현대 대부분의 인기 FPS) 관통하고 있는 주제, 일종의 문화적 맥락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전쟁 게임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면을 실제 상황과 연결지어 봅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들은 전쟁 , 그리고 종전 후에 많은 대중들에게 명분도 없는 전쟁에 아무 생각 없이 참여해서 무고한 베트남인을 대량으로 살상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상황을 명확히 알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트남전에 참전하기를 거부하고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어야 함이 이상적으로 옳습니다(실제로도 그러한 군인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군인에게서, 그러한 행동이 과연 선택 가능한 선택지였을까요? 직업을 군인으로 삼고 살아왔으며, 수직적인 문화에 익숙해지고, 항명을 선택한다면 수많은 고초가 기다리고 있는 1960년대 현실의 미군 병사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그러한 행동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였을까요?

 

게임의 선택과 실제 사람의 선택은 경중이 다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대안적 선택지' 상황에서의 맥락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면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대다수가 가지 않은 일의 바램이죠. 누군가는 그런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자유의지를 표방한 카타르시스를 위한 욕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전에 거부하기 위해 용기와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르는 현실과는 달리, 그런 바램을 게임 세계에 반영할 있고, 원한다면 플레이어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체험할 있게 한다는 점이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입니다. 고정된 메세지와 방향을 전달하려 하는 제작자, '나라면..."이라는 자유의지와 바램을 가진 플레이어, 그리고 그들을 '선택지' 통해 하나의 세계 안에서 이어주는 게임. 둘의 반대되는 욕망을 이어준다는 것이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론

'스펙 옵스: 라인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쟁과 살상에 대한 비판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시도는 플레이어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제작자의 의도에 따른 스토리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게임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매체로서, 플레이어들의 자유의지와 바램을 반영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은 제작자가 원하는 메세지와 방향을 전달하기 어렵게 만드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선택지가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게임은 단순히 살상과 파괴를 즐기는 도구가 아니라, 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토론할 있는 매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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