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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Literature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by Alternative_ 2021.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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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장한 부산도서관에 처음 가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빌린 책이다. 예전에 한국사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킬링필드를 알게 되어서 이름이 낯익었기에 집어들어 보았는데, 흡인력이 굉장해서 바로 빌려와 보았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일들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겠다. 잔인한 고통에 대해 논하고 평하는 것보다, 이 책을 한 번 더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죽음의 공포 이상을 겪었던 사람들, 겪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지금 이러고 있는 어느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 책의 저자인 로웅의 어릴 적과도 같은 일을 겪고 있을 것이다.

 

글 자체에 대한 평가가 위주가 되겠다.

처음에 볼 때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어른의 시각으로 그려낸 티가 여기저기서 났기 때문에 몰입이 약간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글 자체로서, 언듯 건조하게 보일지라도 풍부하고 서정적인 묘사와, 그걸 그려내는 방식이 정말 훌륭했다. 앞에서 지적한 점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노골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통해 현장에 위치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개인적으로 냄새에 대한 묘사가... 어질어질할 정도이다.). 중간중간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가기 위해 다른 가족들의 시선에서 써내려간 글로 변환되는 시점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의 몰입감도 몰입감이었지만, 그걸 그려낼 용기가 있다는 글쓴이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어머니의 죽음을, 이별을, 그 후의 삶을 그리는 행위는 그 용기 자체로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도 어색하지 않게, 아니 훌륭하게 된 편이었다. 원 글을 보진 못하겠지만, 아마도 80~85% 정도의 느낌으로 잘 옮겨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언어의 차이를 생각하면 70%만 되어도 합격선인데, 이 정도면 '옮긴이'의 이름을 달기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원 글이 워낙 훌륭한 것도 있었겠지만, 이상한 번역투나 어색한 문장이 없는 걸 보면 번역 작업 자체가 대단하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그 난리과 고통 속에서, 온갖 선전작업과 세뇌, 단체행동, 강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간 그 힘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 힘을 만든 아픔은 평생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못한다. 먼 타국에서나마 위로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죽음 그 이상의 고통을 딛고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들의 고통을 천만분치의 일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그들의 삶 근처로 들어가보고 싶다.

 

내가 그만한 용기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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