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2025년 1월에 마침내 USMLE Step 1을 응시했습니다.
관련 자료가 워낙 많지만, 최근 프로메트릭 센터가 크게 이전한 후의 내용은 많지 않을 것 같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후기를 남깁니다.
준비과정
인터넷에서 흔히 'Step 0'라고 불리는 ECFMG 등록 및 USMLE Step 1 지원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당 작업은 아무리 짧아도 3주, 길면 몇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Step 0 초반의 ECFMG 등록에만 몇십만원이 드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부분에서 진지하게 돌입할지 말지를 고민하세요. 일단 결정하고 결제를 했으면 이후 과정은 뜸들이지 말고 빠르게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환율, 공부상황 이런 쓸데없는 각 재지 말고 Step 1 시험일자 예약까지 한번에 쭉- 전부 다 하세요.
Step 1 공부 기간은 국시를 치지 않은 학생분들의 경우 개인의 베이스에 따라 얼마나 걸릴 지가 천차만별이지만, 국시 또는 전공의 시험을 친 지 얼마 안 된 졸업자들은 생각보다 Step 1 호환성이 좋습니다. 국시 성적이 상위 30% 이내이고 시험을 친 지 6개월이 안 되었다면 모의고사에서 정답률 50% 이상이 나올 겁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는 최소 1년이 지났기 때문에 개인의 기억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래도 최소 40%의 정답률은 나올 겁니다.
졸업자의 경우 짧게는 2주, 길게 쳐도 2-3달의 공부기간이면 Step 1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공부만 할 때 기준입니다. 저의 경우 일과 병행하고 각 재면서 질질 끌다가 9개월이나 걸렸는데, 저처럼 한심하게 이러지 마세요. 졸업자 기준 일과 병행해도 학습적으로는 6개월 넘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패스만 하면 되는 특성상 굳이 학습자료에 돈을 크게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에 떠도는 NBME CBSSA 모의고사 문제를 기반으로 공부했습니다. 좀 더 각잡고 공부가 필요하다면 대체로 UWorld를 구매합니다. 베이스가 아예 부족하다면(학생 등) First Aid라는 책도 많이 쓰이더라고요.
GI, Respiratory, Psychiatry 같은 과목은 한국 국시와 호환성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고, CVS나 Hematology는 50% 정도, 아예 호환되지 않는 Behavioral Science 등도 있습니다. 각 과목의 문제를 대략 보면서 어느 부분이 시성비가 높을까 생각하세요.
자신이 시험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MyNBME의 CBSSA 시험을 치면 됩니다. 50문제씩 4개 교시로 있는 시험으로 40문제씩 7개 교시로 있는 Step 1과는 차이가 조금 있으나, 문제의 구성과 내용이 매우 비슷해 연습하기 좋습니다. 모의고사를 치고 나면 어느 영역에서 부족했는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현 상태로 Step 1 응시 시 통과 확률도 알려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합니다. 1회당 가격이 8만원 정도 하지만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언급했듯 쓸데없이 질질 끌다가 이대로는 안되겠어서 동기부여를 위해 CBSSA를 응시했는데, 통과 확률이 99%로 나왔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던 것이죠.
새로 시작하는 여러분들은 아예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CBSSA를 쳐 보고, 본인의 현 상태를 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계획 설정에도 도움이 될 테고, 막연한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Step 1 예약 과정
Step 0를 끝냈으면 Step 1 응시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는 미국 12월 Holiday Season과 겹쳐 접수번호(Scheduling Permit Number)를 받는 데에만 한 달 넘게 걸렸습니다. 미국놈들도 한국놈들과 다를 게 없어서 전화를 해서 독촉을 하면 쓸데없이 질질 끄는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Step 1 응시료 결제 후 10영업일 이후에도 진행이 안 된다면 ECMFG IWA 상단의 전화번호(215-386-5900)로 국제전화를 거시면 됩니다.
만약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Step 1 예약 과정은 2주 정도 걸립니다.
접수번호가 나오고 나서야 프로메트릭 센터 홈페이지에서 시험 응시 날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프로메트릭 센터가 양재 쪽의 빌딩으로 이사를 간 뒤, 시험장의 크기가 매우 커져서 이전보다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쉬워졌습니다. 저의 경우 토요일에 접수번호가 나왔는데, 바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예약이 가능했었습니다. 하지만 추후에 한국 USMLE 응시자들이 또 늘면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최대한 빠르게 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로메트릭에서 Step 1 시험을 본 후기
준비물
- 여권: 신분증이 필요한데 여권이 가장 무난합니다. 모바일 신분증 등은 당연히 안되므로 그냥 잠자코 여권 챙깁시다.
- Scheduling Permit: 이메일로 PDF 파일이 옵니다. 처음에만 필요하므로 폰에 저장해서 보여줘도 되는데, 쫄리면 인쇄해 갑시다. 150만원 넘는 시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이유가 굳이 있을까요?
- 점심 & 간식거리: 식탁 하나 없는 대기실에서 오물오물해야 하므로 깔끔하고 빠르게 먹기 좋은 걸 챙겨갑시다. 샤인머스켓 손질해서 챙겨갔는데 꽤 좋았습니다. 에너지바는 좋은데 점심으로 때우려고 여러 개를 먹으니 턱이 아프더라고요.
- 귀마개: 다이소에 있는 그거면 됩니다. 시험장 내에 방음 헤드폰이 있긴 한데 불편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저는 배경에 화이트 노이즈가 있는 걸 좋아해서 쓰지는 않았네요. 겨울 기준으로 히터의 소리도 꽤 크고, 주변 다른 시험치는 사람들의 키보드 마우스 소리가 꽤 커서 예민한 분들은 배경음이 거슬릴 수 있어 추천드립니다.
- 무조건 통과한다는 자신감
정도입니다.
시험 시작 전
시험은 9시부터 시작이라고 되어 있지만, 일찍 가면 일찍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8시 반에 도착해서 8시 40분쯤부터 시험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8시 반에 여러 사람이 휴게실에 있던 것으로 보아 8시쯤에 여는 모양이더라고요. 여유롭게 일찍 가서 나쁠 건 없어 보입니다.
프로메트릭은 국제시험을 위한 시험장으로, USMLE 시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험을 보러 옵니다. 괜히 옆자리 사람을 USMLE 동료로 착각했다가 뻘줌해지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제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요.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동문 뒤에서 감독관이 한번씩 나와서 'Step 시험 치시는 분' 이라고 찾으십니다. 'USMLE'나 '미국의사시험'이라는 좋은 명칭을 놔두고 왜 굳이 모호하게 스텝 시험이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희를 찾는 것이니 주변 눈치를 보다가 다른 분들이 없으면 들어가면 됩니다. 감독관에게 Scheduling Permit과 여권을 보여 주면 금새 진행됩니다.
짐 보관은 외투/가방 보관함과 간단한 소지품을 꺼내놓을 수 있는 사물함이 있는데, 둘 다 크기가 작은 편이라 짐을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소지품 꺼내놓는 사물함은 크기가 많이 작습니다. 점심/간식거리와 물 정도만 꺼내두도록 합시다.
시험 중
시험은 40문제씩 총 7교시, 각 교시(Block)당 1시간입니다. 거기에 쉬는 시간 1시간을 포함하면 총 8시간입니다.
시험 시작 시 튜토리얼이 나오는데 튜토리얼 진행 시 쉬는 시간을 쓰기 때문에 그냥 시험 치기 전에 CBSSA 등으로 시험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숙지하고 들어간 후 튜토리얼은 넘기는 게 낫습니다. 단, 사운드 테스트는 하는 게 좋습니다.
각 교시에 주어진 1시간보다 덜 쓰고 끝내면 남은 시간은 쉬는 시간에 추가됩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네요. 초반에는 쫄려서 각 교시마다 1시간씩 꼼꼼히 다 쓰고, 쉬는 시간마다 빠르게 움직였는데, 나중에 매 교시마다 쉬러 나와서 스트레칭도 하고 바람을 쐬어도 시간이 남고 집중력은 더 좋아지더라고요. 7교시를 어떻게 분배하는가를 미리 생각하고 가면 좋지만(2+2+2+1, 3+2+2 등), 그냥 무계획으로 가서 자신의 집중력 상태에 따라 편하게 쉬러 나와도 괜찮을 듯 합니다.
반대로 각 교시당 주어지는 1시간은 고정이고 추가되지 않으므로, 문제를 풀 때는 집중해서 풀어야 합니다. 긴장하고 문제가 어려우면 1시간이 조금 부족했고, 쉬우면 10분 정도 남더라고요. 저는 한 문제당 1분의 페이스를 목표로 풀었습니다.
시험장 내 컴퓨터 모니터 크기가 크진 않아서(24인치로 추정) 글자는 키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UI 오른쪽 위에 글자 크기 키우는 버튼이 있습니다.
사운드가 필요한 문제는 저는 한 문제? 두 문제? 정도로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심음 안 듣고 임상상황만으로 때려맞출 수 있지는 않아서 듣긴 해야 합니다. 시험장의 모든 헤드폰이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비치되어 있는 KOSS의 헤드폰이 너무 오래되어 이어컵의 고무조각이 산산히 분해되어 손, 얼굴 등 아무대나 다 묻고 있더라고요. 상당히 신경쓰였습니다. Step 2 응시 전에 프로메트릭에 헤드폰 교체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처음 들어갈 때, 그리고 쉬는 시간을 마치고 다시 시험장으로 들어갈 때 몸 검사를 합니다. 안경도 벗고 주머니도 뒤집어서 다 보여주고 돌고 지문찍고 등등 귀찮은 절차가 있지만, 모든 절차를 다 해도 1분 30초 이상 안 걸리므로 쉬는시간이 크게 부족해지지 않는 이상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 다한증이 있으신 분들은 지문 인식이 안 되어 시간을 낭비할 수 있으므로, 지문인식 전 바지에 손가락을 잘 닦도록 합시다.
쉬는 시간
쉬는 시간에는 필요 시 전자기기를 사용해도 됩니다. 다만 몸 검사를 하는 구역에서 전자기기를 켜면 규정 위반이고 ECFMG에 보고된다고 하니, 제대로 휴게실로 나와서 전원을 켜도록 합니다. 저는 문제의 요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전자기기는 가지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은 물론, 밖으로도 자유롭게 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근처 편의점이 걸어서 5분 거리로 상당한 시간 낭비가 있으니 필요한 물건은 시험 전 구비해 두세요.
Step 1 결과 발표
보통 2-3주 정도 걸립니다. 정확히는 2주 뒤 수요일에 발표가 되는데, 월/화/수요일에 시험을 본 경우 다다음주 수요일 밤에, 목/금요일에 시험을 본 경우 다다다음주 수요일 밤에 결과가 나옵니다.
결과가 나오면, 'Your Score Report is Available'이라는 이메일이 옵니다. 이메일에는 '결과가 나왔으니 OASIS에 접속해 확인하라'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라는 데로 OASIS에 들어가서 왼쪽 탭의 Score Report Information으로 들어가면 Score Report PDF를 다운받는 버튼이 있습니다.
PDF를 확인하면 커다란 글씨로 담백하게 Pass 또는 Fail이 적혀 있습니다.
뭔가 정돈되지 않고 난잡한 Step 1 응시 후기였습니다.
다른 블로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는 제외하고 제가 응시 전 궁금했던 부분, 응시 후 중요하겠다 싶은 부분만 적느라 두서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옥같은 Step 2의 세계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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