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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혹은 어느 밤, 한 악마가 가장 적적한 고독 속에 잠겨 있는 너의 뒤로 슬그머니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네가 현재 살고 있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을 다시 한 번, 나아가 수없이 몇 번이고 되살아야 한다. 거기에는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일체의 고통과 기쁨, 일체의 사념과 탄식, 너의 생애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다시 되풀이되어야만 한다. 모든 것이 동일한 순서로 말이다. 이 거미도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달빛도, 지금의 이 순간까지도 그리고 나 자신도. 존재의 영원한 모래시계는 언제까지나 다시 회전하며 그것과 함께 미세한 모래알에 불과한 너 자신 역시 회전할 것이다."
너는 땅에 엎드려 이를 악물고서 그렇게 말한 그 악마를 저주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너는 그 악마에게 "너는 신이다. 나는 이보다 더 신적인 말을 들은 적이 없다!"라고 대답할 그런 엄청난 순간을 체험한 적이 있었는가?
이러한 사상이 너를 지배하게 된다면 그것은 현재의 너를 변화시킬 것이고 아마 분쇄해버릴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 하나하나에 가해지는 "너는 이것이 다시 한 번 또는 수없이 계속 반복되기를 원하느냐?"라는 질문은 가장 무거운 무게로 너의 행위 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니체는 '우리가 앞으로 섬겨야 할 신은 춤출 줄 아는 신'이라고 말합니다. 이 신은 삶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즐기고 긍정하는 신입니다. 아무런 목표나 의미 없이 기쁨 속에서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는 이 신을 니체는 디오니소스라고 부릅니다.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신은 어떤 인격적인 신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세계 자체를 가리킵니다. 니체가 '초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렇게 파괴와 창조,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이 반복되는 이 세계를 웃으면서 긍정하는 자이고, '춤추는 디오니소스처럼'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이러한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환희에 차 춤차는 자입니다.
- '사는 게 힘드냐고 - 니체가 물었다(박찬국, 21세기북스)' 중
https://damsoo.tistory.com/135
무한히 반복되는 삶의 무게에도 춤추는 삶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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