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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내 소설

[시나리오] ReWind(되감기)

by Alternative_ 2021.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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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기억을 가진 여자. 그 기억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이다.

 

미래의 기억을 가진 여자. 어떠한 사건에 같이 휘말리게 된 남자의 얼굴을 보고 그와 함께 다니게 된다.

여자가 남자에게 밝힌 충격적인 사실은 바로 그가 1년 후 오늘, 자신을 목졸라 죽이게 된다는 것. 자신은 그 미래를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왜 남자가 자기를 죽이게 되는지를 알아내고,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해 남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기억은 되돌아보아도 왜 그렇게 되는지,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그 이전의 일들은 희미한 기억일 뿐이라고 한다(우리의 기억이 지금에 가까울수록 선명하고 과거로 갈수록 희미한 것처럼, 여자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죽기 직전에 고정되어 있어 그 순간의 기억이 가장 선명하고 점점 과거로 갈수록 기억이 희미하다).

 


 

기억에 따라 시한부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 그녀는 남자에게 부탁을 하나 한다. 자신을 죽이는 것에 대한 대가로 자신과 함께 남은 일 년을 살아가며 이유를 찾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해달라고.

남자(대학생)은 이미 얼마 전, 등록금 문제와 자신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길을 잃고 상당히 불안해져 있던 차였다. 목표가 없이 나아가는 삶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 지 몰라 힘들어하던 중,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 년 동안 도와주겠다고 한다.

사실 남자의 인생이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평소 그를 물심양면으로 위해 주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기 때문.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선사업이나 장학재단 등으로 적극적으로 베푸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남자 자신은 그 밑에서 아버지가 베풀어주는 것만을 받아오며 편하게, 삶이 흘러가는 데로 살아왔다. 자신을 아버지의 삶에 끊임없이 비교하며 절망을 느끼면서도, 그런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항상 힘들어했었다. 남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베풀던 아버지가 정작 자신한테는 재산을 한 푼도 남겨주지 않고 떠나는 바람에, 지금까지 편하게, 생각 없이 살아왔었던 자신의 생활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어 버려 남자의 인생에 변화가 강요되는 시점이 온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그녀가 관련되지 않았을까 하고 의문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그녀와 같이 가는 데 동의한다.

 


 

둘은 그녀의 기억, 그리고 추론으로부터 일 년 후에 무엇이 일어나는 지에 대한 단서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녀가 죽는 장소는 우유니 소금 사막. 그곳으로 떠나기 위해, 그리고 모든 일의 이유를 찾기 위해 함께 일하고 행동하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그녀와의 생활 속에서 남자는 여자와 아버지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들을 곳곳에서 보게 되고, 그녀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행동을 같이 한다. 죽음을 말하면서 자신과 같이 다니는 그녀의 의중과 의도를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는, 여자는 아버지의 살인범이며, 그녀가 자기와 다니는 이유는 적당한 순간에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자기를 죽여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라고 가설을 세운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바꾸고 힘을 주는 그녀에게 마음이 점점 끌리게 되며 자기 자신에게 역겨움과 화,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느끼게 된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최종목표인 우유니 사막에 도착하게 된 두 사람. 그리고 '그녀가 죽는 날'이 온다. 그의 가설은 이미 확고화되었지만, 아직도 그는 그녀가 왜 계속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그녀가 어째서 아버지를 살해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밤에 같이 별을 보러 나가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결판을 내기 위해 현지에서 산 권총을 들고 함께 나서는 남자. 별빛 들판 아래에서, 여자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연히 자기 자신을 곧 죽일 줄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한 그는 그녀에게 권총을 겨눈다. 그러나 여자는 겨누어진 총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고, 그걸 보며 남자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녀가 웃으며 꺼내든 문서를 보고 크게 당황하는 남자. 그녀는 예후가 나쁜 대장암 때문에 진짜로 시한부 인생이었던 것이다.

 


 

미래의 기억을 가졌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

그녀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었으나, 남자의 아버지가 세운 장학재단을 통해 행복한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남자의 아버지가 그녀를 불러, 자신은 유전병으로 인해 곧 죽게 된다고 털어 놓는다. 그는 철들지 않는 자신의 아들이 걱정되고 너무 온실 속에서만 키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자신이 죽으면 아들의 마지막 성장을 책임질 수 없기에 아들과 나이가 비슷한 그녀에게 아들을 부탁한다. 살아생전 간절하게 원했던 행복한 대학생활을 보내어 인생에 후회가 없어진 그녀는 이미 대장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그 사실을 숨기고 남자의 아버지의 제안을 수락한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삶의 목적과 이유가 없어진 그녀가 남은 무증상 기간 1년 동안 할 수 있는 가장 유익하고,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둘의 여행은 남자에게 있어서 성장이었던 만큼, 여자에게 있어서도 성장이었다.

 


 

상황을 다 들은 남자는 충격에 빠져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렇게나 바라던 스스로의 독립과 성장. 너무나도 보호적이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드디어 스스로의 힘으로 진일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 모든 것이 또 아버지가, 나는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아버지가, 또 나를 돌보아 주고 있었고, 그래야만 또 내가 움직일 수 있다니. 나는 무엇인가. 진정 나만으로는 무언가를 해낼 수 없는 것인가. 여자는 또 무엇인가. 그렇게나 벗어나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자기를 무슨 키워야 되는 식물마냥 대접한 것이 아닌가.

유약함. 절망. 일 년 전 자신을 지배했던 감정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는 맨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 잡는다.

그 순간, 그는 이 끔찍한 비극, 여자의 '미래의 기억'이 한 바퀴를 돌아 정말로 실현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힘이 빠진다. 힘이 들어간다. 힘이 빠진다. 힘이...

 

 

 

"그렇게 스스로에게 짐을 지우고, 힘들어할 필요는 없어. 혼자 해내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럴 이유가 없잖아?"
"사람 70억명이 있고, 70억개의 삶이 있는 건데. 아버지처럼 살 필요는 없어. 너의 현재의 삶을 받아들여.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바꾸면 되는 거야."
"No Man is an Island. 혼자 살아갈 필요는 없어.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고 살아. 그만큼 너도 도와주고."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였다. 나를 규정짓는 데 그런 명목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숨쉬고 있는,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은 부딪친다 그리고 서로를 바꾼다.

 

* 본 시나리오의 저작권은 글쓴이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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