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내 삶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매양 흔들리며 살아온 슬픈 나 자신에게, 연민과 슬픔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보낸다.
이 글은 나의 유언이다.
인생에 바라는 것도, 원하는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젊은 나날들. 정작 나의 함양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바라는 것만 천지였고, 그렇게 살면서도 그 이유를 모르던 나날들에 나는 괴로워했다. 무언가를 하려면 그에 맞는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행하지 않은 죄였다. 다만 나는 그 죄가 때로 사무칠 뿐이다.
가만히 있는데 오는 꿈과도 같은 사건은 없다. 나의 시간을 기다리던 순수한 나날들은 이제 접을 때도 되었다. 나의 몸을 움직여 내가 바라는 것을 얻을 때가 왔다. 이제는 소망에 불을 붙이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 않겠다. 다리를 절름거리며 스스로에게 부끄러움과 아픔을 주지 않겠다. 파도에 맞서는 배를 모는 선장처럼, 나 스스로가 스스로의 힘이 되어 온 힘으로 움직이는 수레바퀴가 되겠다.
비록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피가 터지더라도, 걸어온 길의 관성이 나를 밀칠지라도, 섣불리 포기하지 않겠다. 그만큼의 살아온 삶에 대한 그만큼의 대가이다. 나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무기력과 괴로움은 있는 그대로로 직시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지난 나날들에 대한 사랑과 축복을 멈추는 일은 없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믿음은 하등의 도움이 될 수 없다. 현재의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를 나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인 현재에 대한 투자에 정신을 집중하겠다. 결국 나를 바꾸는 것은 현재의 나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이 게으른 몸을 움직여 바뀔 시간이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미래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가 내 자신으로 주눅들지 않고 가슴 펴고 살아가기 위해 한 번 크게 울겠다. 왜 이럴 수밖에 없냐고, 답이 보이지 않던 질문에 괴로워했던 지난날을 담아 울겠다.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다만 울고 나서는, 더 이상 그 근원 없는 상처에 목메지 않겠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온 상처에 몸을 싣지 않겠다. 대신 내 몸에서 의미 없는 독소를 빼고 나 자신에 신경 쓰겠다. 내가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면 주위에도 아름다운 사람들만 남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관계의 아픔은 그 감정 없이 나의 양분이 될 수 있게 행복하겠다.
나를 위한 삶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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