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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시

by Alternative_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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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위를 걸어 가는 광대

-그의 두 팔은 펼쳐지고, 두 다리는 꼿꼿하고,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다.

-다만, 그의 미소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다.

-그의 손만이, 부채를 든 손만이, 펄럭이며, 쉴틈없이 펄럭이며, 그 어색함에 동조해 준다.

-그 가는 줄 위에만 서면, 위를 걸어가면, 그는 천성 바보가 된다.

-무릎을 꿇는 법을, 팔을 모으는 법을, 울상을 짓는 법을 까먹게 된다.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그는 오늘도, 줄 위에서 한 발, 한 발, 또 한 발 내딛게 된다.

-손에 쥔 부채는 쉴 틈 없이 펄럭이고, 펄럭이고……

-

-그렇게 줄타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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