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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모래를 털어낸다
흐릿했던 것들이 더욱 흐릿해진다
작열하는 태양 하에 어언 이십 년
때로 소낙비가 오는 날을 축복하고
때로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원망했다
오랫동안 걸어왔으므로, 잠시 쉬기로 한다
망망대사(沙)에 무릎을 꿇는다
하늘,과 모래만을 바라본 두 눈은
이내 햇빛 아래 감기기 시작한다
초원이 보인다
푸른 초원에 붉은 사자가 보인다
붉은 사자는 입을 벌려 하늘을 향해 울어짖는다
해변이 보인다
하얀 해변에 어린아이가 보인다
어린아이는 모래를 집어 하늘을 항해 던져올린다
두 눈을 뜬다, 모래와 하늘 만이 보인다
낙타는 기지개를 펴고 무릎을 편다
초원과 해변은 보이지 않는 길
그러나 낙타의 강인한 다리는 그 길을 따라 걷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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